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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기자
  • 기사등록 2017-07-20 16: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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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을 간직하면서 새 의미를 얻은 도시의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지금 서울의 창신동에서는 도시가 간직한 기억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동안 각 지역에서는 낡고 오래된 것을 깨끗하게 없애버리는 데만 몰두해 왔다. 그러나 서울 창신동은 오토바이가 부지런히 오가는 봉제공장 골목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창신동의 도시 재생의 모습은 도시의 낡은 구석구석도 생명을 회복한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는 예술을 품은 공간이 되고, 길에는 사람들이 간직한 기억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형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도시의 재생 능력은 생명 그 이상이기도 하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창신동 봉제거리 골목길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골목길 끝에서는 새 박물관을 짓는 공사도 한창이다. 
옛날을 간직하면서 새 의미를 얻은 도시의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서울과 부산, 전남 담양에서 그 ‘도시 르네상스’의 현장을 떠오르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낡고 오래된 것을 깨끗하게 없애버리는 데만 몰두해 오지는 않았는지. 이곳엔 원래 아파트촌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는 서울시 뉴타운 개발 지구였다. 그러다가 2013년 대상에서 풀렸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창신동에서는 도시가 간직한 기억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움직임은 낡은 것을 헐고 새것을 다시 짓는 재개발과는 달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❶ 서울 창신동에 문을 연 백남준 기념관은 옛집의 불확실한 원형을 무작정 되살리지도, 인위적으로 오래된 느낌을 내지도 않았다.
골목 끝에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봉제 박물관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박물관 설립 예정지를 지나 큰길로 나오면 서울성곽이 보이는 동대문 성곽공원으로 이어진다.젊고 새로운 감각의 가게들도 속속 들어서 낡은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옥을 개조한 수제 맥줏집 ‘크래프트 베이스’도 그중 하나다. 작은 타일을 붙여 만든 옛집의 부엌까지 그대로 손님 자리로 만들었다.


❷ 자동차 타이어 등에 들어가는 와이어 로프를 생산하던 곳, 부산시 망미동. ‘덜덜’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공장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 ‘F1963’, 소위 빈티지한 느낌과 어둠이 만난 밤의 전시장은 낮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크고 작은 공장과 상점이 모여 있는 부산시 망미동.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동네에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든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 ‘F1963’은 기계가 멈춘 폐공장이었다. ‘덜덜’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공장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 ‘F1963’에선 화가 피카소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45년 동안 이곳을 지키던 공장 기계는 사라졌지만 작년부터 예술이 그 빈 공간을 메꾸고 있다. 장소의 ‘F’는 공장(factory), 순수 예술(fine arts) 등의 단어를, 1963은 수영공장이 완공된 해를 상징한다.옛 공장 모습을 그대로 살린 것이 재미있다. 기존의 공장 외형과 골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높은 천장과 철 기둥, 시멘트벽과 바닥 등의 옛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부산 망미동 ‘F1963’ 내부의 커피숍 ‘테라로사’엔 과거 와이어로프 공장이었을 때 쓰던 기계가 남아 있다. 커피숍을 포함해 미술 전시장, 음식점, 책방 등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❸ 담양 ‘담빛예술창고’... 660㎡(200평) 규모의 두 동짜리 건물. 1977년 곡물창고로 지어졌던 이곳이 지금 예술의 첨단을 향하고 있는 담빛 예술창고. 벽면 곳곳에 조상(彫像)이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셀피(selfie) 삼매경에 빠져있다.
건물 왼쪽은 미술관, 오른쪽은 문학카페. 원목 인테리어에 책장이 벽면 한쪽 전면을 채우고, 각종 동화책과 소설·문예지가 꽂혀 있는 형태다. 벽면 곳곳에 조상(彫像)이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셀피(selfie) 삼매경에 빠져있다.
실내가 멋지지만, 이 정도로 ‘예술’ 운운하기엔 좀 남사스럽다 할 것이다. 대나무의 도시답게,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준비돼 있다. 카페 한쪽에 있는 5m 높이의 이 오르간은 필리핀에 직접 제작을 의뢰해 들여온, 국내 유일의 대나무제(製). 주말·공휴일 오후 4시가 되면, 프랑스 작곡가 샤를 마리 비도르의 ‘토카타’가 웅장한 건반 소리로 되살아난다. 이곳 사장 안준(32)씨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트렌디한 곳을 찾아다니다 창고 개조 카페에 닿았다”면서 “플로리스트 아내와 함께 한 달간 꾸려 완성했다”고 말했다. 화장실 앞에 ‘정부 양곡 보관 현황’ 칠판이 널브러져 있다. 의도한 인테리어인지 모르겠으나, 콘셉트가 더욱 확실해진다. 벽면엔 노랑 형광등을 구부려 만든 글씨 ‘I WILL SHINE FOR YOU’가 매달려 있다. 곳간이 번쩍번쩍하다.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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