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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4만여명 이주 시작된 첫날 평택시대 개막? - 평택 美기지는 여의도 5배 ‘자족 도시’ - 美 8군 사령부, 평택으로 이전… - 웬만한 시설 모두 있는 동북아 거점
  • 이상배 기자
  • 기사등록 2017-07-20 16: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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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의 간판은 온통 영어로 쓰여 있었다. 분식집 등 간혹 보이는 우리말 간판 밑에도 ‘snack(스낵)’이라는 설명도 보이고, 사진관 진열대에 놓인 가족사진 속 인물들도 외국인이었다.
주한미군 지상군을 지휘하는 미8군사령부가 이날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부 신청사에 공식 입주했다.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들어선 이 주한미군 기지는 1488만㎡(444만여 평) 규모로 동북아 최대 미 육군 기지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5배, 판교신도시 면적의 1.6배나 된다.
2020년까지 군인과 가족, 군 관계자 등 4만2700여명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주한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평택 지역에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한 미군은 11일 8군 사령부 신청사 입주식이 열린 평택의 주한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버스로 기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40분(제한속도 시속 40㎞)이 걸렸다. 기지 순환도로 둘레만 18.5㎞에 전체 면적은 1467만7000㎡(444만여 평)다. 여의도 면적의 5.5배다. 미군이 운용하는 해외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미군의 동북아 거점 기지 역할
대구·부산需, 평택 작전 허브
미 2사단 등 내년까지 이전 완료


2㎞ 길이 활주로를 따라 끝없이 도열해 있는 치누크 헬리콥터, 블랙호크 헬리콥터, 아파치 헬리콥터 행렬이 이어졌다. 이어 장갑차, 수송 트럭 등 각종 차량들과 정비 시설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국방부 주한 미군 기지 이전 사업단 관계자는 “시설 1개당 크기는 3만2000㎡로, 총 89개가 있다”고 말했다.이곳에 새로 건설되는 건물은 총 513개동으로 주한 미군 1만3000명을 비롯해 그 가족과 군무원 등 총 4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웬만한 작은 도시 수준이다. 군인보다 상주 민간인이 더 많기 때문에 군사시설 외에 초·중·고등학교와 병원, 동물병원, 극장, 수영장, 교회 등 다양한 복지·편의시설이 들어섰다.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의 동북아 거점 기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인근 오산 미 공군 기지와 평택 2함대를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기지로, 유사시 미 신속 대응군이 출동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기지 내에 철도 차량 기지가 있어 유사시 부산 등으로 도착하는 대규모 증원 병력과 물자·장비를 신속하게 집결시킬 수 있다. 전쟁 발발 시 한국 내 미국인을 한반도 밖으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소개 작전(NEO)’을 펴기에도 훨씬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평택항, 평택역, 오산 기지 등은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 등에서 급파되는 미 증원 전력을 신속하게 전개하는 ‘입구’인 동시에 비전투원을 소개(疏開)하는 ‘출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토머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은 이날 캠프 험프리스 신청사 입주식에서 “이 프로젝트(기지 이전 사업)는 캠프 험프리스의 규모를 확장해 미 국방부 해외 육군 기지 중 최대 규모 기지로 거듭나게 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는 용산에 잔류


주한 미군 이전 사업은 전국 91곳에 흩어져 있던 미군 기지·시설 173개를 평택 중심의 ‘작전 허브’와 대구·부산 중심의 ‘군수 허브’로 재배치해 주한 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보장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전체 면적도 2억4197만㎡에서 7675만㎡로 줄어든다.사업은 용산 기지를 평택 등지로 옮기는 ‘YRP 사업’과 의정부·동두천 기지를 이전하는 ‘LPP 사업’ 두 갈래로 진행돼왔다.
다만 한미연합사(용산)를 비롯해 북한의 장사정포 대응 전력인 210화력여단(동두천), 121병원(용산) 등은 당분간 잔류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한·미 연합 경비대대, 다목적 훈련장인 로드리게스 사격장(포천)은 계속 남는다.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따르면 전체 이전 작업은 지난달 기준으로 약 94.4%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용산 기지 이전이 마무리되고 내년까지 미 2사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미군 부대 이전이 완료될 전망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과거 주한 미 2항공여단 본부가 있던 곳으로,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을 통해 3배로 확장됐다.


기대반 우려반 반응 엇갈리는 주민들
평택시민들 ‘경제 활성화’ 기대


한편 기지 인근에 있는 안정리 로데오거리는 이미 미군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낸 상태다. 간판은 물론 음식점의 메뉴, 병원 진료 과목도 모두 영어로 표기했다.
김정훈(58) 팽성상인연합회 회장은 “이제 거리가 막 조성되는 과정이다. 가족과 함께 평택으로 이전한 미군을 대상으로 미군들이 자주 찾는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을 유치하고 주말엔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해 문화의 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연합회는 거리 입구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걸거나 ‘미군 이주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했다.
평택시도 미군들을 맞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군기지 주변 활성화를 위해 인근 안성천에 수변공원을 만들고 주택개량, 상가 활성화 사업 등을 추진했다. ‘마토예술제’ 등 지역 주민과의 상생 문화 콘텐트는 물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미군과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앞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14년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 사업이 향후 견인할 경제효과는 약 18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11만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소음이 가장 큰 복병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1~8월 평택지역 미군부대 인근 16개 지역의 소음 정도를 조사했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군사시설이나 군사훈련으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의 ‘경기도 군사시설로 인한 소음피해 등 지원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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