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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 기사등록 2018-12-28 10: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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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관광도시가 되고 싶다. 이것이 평택시의 바램이다.

그러나 국가 3대 항만인 평택항과 대규모 산업단지인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아울러 여의도 4배에 가까운 면적인 주한미군기지, 여기에 관광특구까지 있음에도 평택시 통계 2012년 기준 년간 내국인 1248647, 외국인 103527명 등 총 1352174명에 불과하다.

타 시도의 성공사례를 보면 쇠락하던 탄광도시가 관광도시로 바뀌었는가 하면, 미술관 하나로 전세역전의 잭 팟이 터진 도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부러워하듯 시장, 군수, 의원들이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 등 외국 관광도시를 줄지어 연수를 다녀오고 있다. 소문의 유명한 도시들이 동반 목적지다.

그러나 신문에서 관광성 외유라 의심하는 그것이다. 혈세 절약 위해 집약적 체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절 버스로 돌며 서둘러 사진 찍고 돌아왔을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들은 관광객이었고, 그곳을 본 것은 먼발치의 멋진 구조물들이었다. 파리에 에펠탑, 뉴욕에 여신상, 시드니에 오페라하우스에서 사진 찍으니 멋있고 그걸 보러 나 같은 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들이 관광성 연수를 통해 느낀것은 우리에게는 없구나. 우리도 랜드마크가 필요하다였다.

그래서 한강 변에 이상한 인공섬 만들고, 용도도 모르는 채 디자인플라자 만들고, 한강 복판 외딴 섬에 오페라하우스 만들려고 했다. 그들이 파악한 도시의 정체성은 세트장이나 도박장 사이의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정작 우리의 평택은 그나마 흉내도 내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젊어서 외국 체험 기회가 없던 세대가 나이 먹고 사회 주역이 되었다. 방문한 도시의 속살을 관찰하거나 가치를 음미할 여유 없이 바쁜 고위직에 덜컥 올라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질주하는 관광버스 유리창 너머로 보고 느낀 대로 랜드마크를 만들자, 상징조형물 건립하자, 그러면 관광객이 밀려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랜드마크를 통한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순한 관광자원 확보가 아니라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조성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옆집 트로피를 구경했으면 땀 흘려 운동하자 다짐해야지 우리도 트로피 만들어 진열하자면 곤란하다. 임무는 관광자원 확보가 아니고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이었다.

서현 한양대 교수는 이들은 개발사업으로 번 돈을 재투자해 철도 걷어내서 공원 만들고, 흉악한 구조물 철거해서 우아한 가로등으로 도시 어두운 곳을 밝혔다. 석탄 실은 열차가 아니고 걸어 다니는 시민들을 위한 도시의 틀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때 던진 승부수가 미술관이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서울에도 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곳이 있다. 너무 밀려들어 주민들이 분노의 팻말을 써 붙이기에 이른 곳이 북촌이다. 한옥이야 남산, 민속촌에도 있다. 그러나 북촌에 관광객이 밀려드는 건 이곳이 세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삶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공통점은 랜드마크의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등의 소수에 대한 차별이 없거나, 없도록 치열하게 노력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마땅히 그것이 시장·군수가 꿈꾸는 도시여야 한다. 그때 그 도시는 외국인들이 기어이 방문하겠다는 관광도시가 된다. 그들은 잃어줄 돈지갑 쥔 관광객이 아니고 문화적 호기심이 가득한 손님이다.

한국말 못하는 방문객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배려하는 도시가 당연히 국제화된 도시다. 랜드마크 없어도 관광도시다. 가장 중요한 문화공간은 미술관과 음악당이 아니고 거리와 지하철이다. 값싸게 모집해서, 특혜 시비 많은 재벌 면세점 매출 올려주고, 자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 먹고, 이 땅에 쓰레기 던지고 가는 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관광도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쇠락하는 도심에 518높이 전망대를 세워 관광명소로 만들어야겠다는 도시가 여전히 존재하는 게 우리 시대다.

그 도시는 세트장을 세우는 것 보다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 관광객 유치의 지름길임을 공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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